혁신과 규제



블루마스님이 아래와 같은 트윗을 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적어 본다. 이하 인용.

"‘소셜 다이닝 스타트업’에서 ‘구체적으로 협업을 제안드릴 방안은 없지만 만나서 이야기하자’라는 메일을 보냈다. 기억으로 이게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늘 똑같음. ‘우리는 쉽게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인데 방법은 모르겠어. 그런데 어디에서 너라는 인간의 글을 우연히 주워 읽었는데 한 번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 물론 뭘 이야기할지는 모르겠고 보수 같은 건 없지’ 그냥 내 책 사서 읽으면 사람 만날 필요도 없고 돈도 별로 안 먹히는데 그렇게는 못함. 귀찮고 힘드니까. 학원 강사에게 답 찍어 달라는 멘탈리티임. 그리고 그런 메일 보내는 인간들 100퍼센트 남성. 인간이 싫어진다. 기둥 뒤에 공간 있고 나도 돈 벌어서 먹고 사는 생활인임."



그러고 보니 창업을 할때 규제를 줄여 달라는 말이 많은데 그 시간에 좋은 창업 아이템을 개발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규제라는 건 결국 기존의 사업이나 시스템의 권리를 인정해 주겠다는 거고 이 말은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두 사업이 겹치면 전자에 우선권을 준다는 것이다. 규제 자체가 나쁘지 않다. 창업 아이템이 없으면 창업을 안 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 방식이지만,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고민이나 토론 없이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창업을 한다. 그러다 보면 기존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일은 필연적. (생각을 하지 않고 일을 벌이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는 관성을 따라가게 되므로) 남들이 벌어 먹고 사는 일을 이름만 바꿔서 '창업'이라는 말로 좋은 사업인 것처럼 포장해서 재판매하는 것을 혁신적이고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합리성의 산물인 규제는 졸지에 젊은 창업자를 방해하는 나쁜 규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치인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타다가 좋은 창업 아이템이 아닌 이유는 실제 영업은 택시와 똑같이 하면서 택시 사업이 필요로 하는 면허를 매입하거나 이용하지 않아서다. 만약 택시와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하지 않거나 개인택시 운전자들에게 면허를 매입한다면 타다가 지금처럼 욕을 먹을 일도, 택시기사의 분신 시위가 벌어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타다 입장에서는 택시면허를 매입하는 선택지는 불가능하다. 택시 기사당 1억씩 주고 면허를 사도 100개의 면허면 100억이라는 돈이 드는데, 이 돈을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펀딩을 하면 100억은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의 초점은 100억에 있지 않다) 투자를 하는 쪽에서 "100억"이라는 돈을 써서 사업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일을 혁신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다는 정부가 면허를 사서 나중에 면허의 이름을 바꿔서 타다에게 주라는 우회로를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택시면허를 세금으로 산다는 부담이 있고 더 큰 문제는, 이후 타다가 면허를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점이 타다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게끔 만든다. 결과적으로 문제는 혁신적이라는 타다가 좋은 아이템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택시와 다를 바 없는 사업을 설명하면 아무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고, 타다는 투자를 받기 위해서 택시의 나쁜 점을 나열했을 뿐 자신들이 택시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타다의 문제는 잘못된 사업 아이템으로 일단 시작하고 봤다는 점에 있고 그러므로 택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면허를 매입하지 않는 이상 타다는 택시업에 밀려서 사라질 것이다. 택시라는 조건을 이용해 승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혁신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서도 살아남는 동안.



덧글

  • Anonymous 2019/06/28 16:25 #

    "택시라는 조건을 이용해 승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이라는 전제가 좀 어려워보이기는 합니다. 타다에서 기대하는 "더 좋은 서비스" 가 뭐 대단한 게 아니라 냄새 안 나고 말 안 걸고 불평 안 하고 온도 쾌적하고 승차거부 없고 그런 것들인데, 회사택시든 개인택시든 의외로 이걸 만족시키기가 쉽지가 않아보이네요. "그렇게 해야 할 이유나 동기" 가 전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몇 명이나 몇 회사가 그렇게 한다 쳐도 절대다수의 다른 기사들이 그걸 따라갈 리도, 따라갈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타다가 운영이나 면허비용 등에서 구린 점이 있다고 해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의 차별화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속 탈 유인도 있고요.
  • Barde 2019/06/28 16:38 #

    택시의 서비스 질이 나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타다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구요. 만약 타협을 한다면 타다에서 면허를 사야겠지만, 그럴 경우 타다는 혁신이라는 논리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얌전히 면허를 구매하는 게 사업을 계속 하려면 골라야 하는 선택입니다. 원래 혁신이 없는데 '혁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 글의 요지였습니다.

    (사소한 문제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나 동기"는 제가 쓴 말이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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