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31분의 다이내믹스 - 더 스퀘어 감상


영화 더 스퀘어는 스톡홀름 역과 그 주변에서 구걸하는 다양한 거지들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 스퀘어(the square)라는 제목이 문자 그대로 말하는 작은 사각형의 공간, 즉 미술관 바로 앞에 설치된 가로세로 2미터의 평면 공간은, 화면 속에서 거듭해 나타나는 거지의 공간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크리스티안은 스웨덴 왕족 궁전을 개조한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대 미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겠지만, 개념 미술과 설치 미술이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는 ‘더 스퀘어’란 이름의 설치 작품—과 그에 수반하는 전시—을 홍보하기 위해 홍보 대행사를 고용하는데요, 이들이 유튜브에서 대형 사고를 치면서 크리스티안의 인생과 직업도 점점 혼돈으로 물들게 됩니다.

크리스티안은 출근길에 핸드폰과 지갑, 소중한 커프스—나중에 범인이 훔쳐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물건—를 잃어버리고 미술관에서 핸드폰을 찾습니다. 그는 이민자인 부하와 함께 한 가지 계획을 짜는데요, 핸드폰이 도착한 곳으로 가서 우체통에 협박 편지를집어넣는다는 것입니다. 이 계획은 나중에 성공적으로 크리스티안의 지갑과 핸드폰을 찾아오지만, 스웨덴 꼬마가 편지의 내용을 이유로 거세게 항의를 하면서 새로운 골치 아픈 문제를 불러옵니다. 처음에 크리스티안의 부하가 소년을 달래 보려 하지만, 이 당돌한 꼬마는 “크리스티안이라는 놈의 집에 가서 깽판을 놓겠다”며 되려 협박합니다. 이제 이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소년과 그 사이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로 부상합니다.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저녁식사 신인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인간-고릴라는 ‘정글’ 속에서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찾아서 테이블을 배회하는 동물입니다. 크리스티안은 인간-고릴라가 한 남자를 멋지게 쫓아낸 뒤에 멋진 퍼포먼스였다며 박수를 치지만 인간-고릴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사냥감을 찾아나섭니다.

이윽고 인간-고릴라는 의자에 앉은 여성에게 접근합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고릴라처럼 행동하는 이 동물은, 여성의 머리를 만지다가 갑자기 돌변하여서 머리채를 잡고 그를 끌어내립니다. 그러자 모든 남자가 달려들어서 이 동물을 제압하기 위해 각자의 주먹을 날리고, 인간-고릴라는 남자들의 주먹에 항복을 외칩니다. 그리고 스크린은 거지가 비를 피해서 비닐을 쓰고 자는 모습을 비춥니다.

언뜻 보면 그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면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고릴라가 여성을 잡아 끄는 모습은 매우 폭력적입니다. 그리고 폭력에는 폭력으로 응수하듯 모든 사람이 달려들죠. 이 영화의 주제가 위선과 위선자에 대한 풍자와 반성에 있다면, 인간-고릴라라는 퍼포먼스의 위선을 제압하는 사람들의 선의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요?

지금 현재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더 스퀘어>는 스웨덴에 사는 거지가 크리스티안을 돕는 장면과 소년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를 돕는 장면을 통하여 타자의 선의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제시하는 듯 보입니다. 크리스티안이 딸들에게 “코펜하겐에서 아이의 목에 이름표를 달고 거리에 내 보냈다”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합니다. 모두가 타인의 조건 없는 선의를 믿지 못하는 차가운 시대에, 감독은 자신의 위선을 돌아봄과 동시에 타인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는 방법을 관객에게 다시 제시합니다. 이미 광장(square)은 주어져 있으므로, 선택은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는 관객에게 맡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기는 일견 쓸모 없어 보이는 현대미술이 사회를 향해 발신하는,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할 것입니다.

(2018.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