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품격





제목을 "재벌의 품격"으로 달기는 했지만, 아마 한국에서 기업 회장에게 마땅히 기대하는 품격을, 재벌에게 기대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재벌 2세는 우선 능력이 없고, 어려운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피고용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며, 또한 무능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악질적이다. 능력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내세우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밥버러지들의 존재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서민에게 위화감을 불러 일으키며, 따라서 시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당장이라도 없애 버려야 하는 존재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자.

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은 승무원들을 만나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서스럼없이 했다”며 ”본관 1층에서 여승무원들 불러놓고 20~30분 동안 껴안은 뒤에는 20대 초반의 갓 입사한 승무원 교육생들이 머무는 교육훈련동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업무보고를 받으러 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승무원이 아닌 일반직들의 사무실엔 방문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행동에 블라인드에는 과거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행여 싫은 내색을 하거나 (박 회장) 가까이 가지 않으면 승무원들 뒤에서 파트장들이 등을 떠밀거나 쿡쿡 찌르기도 한다. ‘여러분 원을 만드세요’ ‘촘촘히 서세요’ 하면서 등 떠밀고 분위기 조성하는 아부하는 당신들이 더 나쁘다.” “교육원에서는 더 가관이다. 교관단이 (박삼구 회장) 오기 30분 전부터 소리지르면서 온몸으로 달려나가라, 팔짱을 끼고 보고 싶었다고 하고 분위기 끌어올려라 세뇌교육 시킨다.”
박 회장이 매년 1월 직원들과 하는 북한산 등산도 논란이다. 박 회장과 함께 산을 오르고 내릴 여승무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조직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박 회장은 매년 북한산 중턱에 있는 음식점 별채에서 여성 승무원들로부터만 세배를 받아 왔다. 또다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말 기이한 풍경”이라며 “박 회장은 방에 혼자 앉아있고, 여성 직원들은 일렬로 줄을 서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한 명씩 들어가 세배를 하고 흰색 봉투를 들고 나온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1월 등산 행사는 불참했다.


우버의 CEO였던 트래비스 캘러닉이 한국에서 룸싸롱을 다녀오고, 사내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우버의 이사회가 취한 행동은 CEO를 즉각 교체하는 강수였다.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이사회는 재벌을 교체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재벌은 CEO에게 기대하는 공정함과 부하 직원을 인솔하고 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탁월한 능력을 기대할 수 없으며, 따라서 평소에 우리가 무능하다고 욕하는 일개 관료보다 훨씬 더 무능하고 쓸모 없는 존재들이다. 대체 이 재벌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한 가지 방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형벌을 내린 다음, 재벌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체를 조건으로 그 형벌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형벌은 최고 책임자를 겨냥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최고 책임자는 재벌이다. 형벌의 대상이 기업의 일개 사원들이 될 수 없다면, 재벌 해체를 조건으로 과징금 등을 경감하면 기업이 살고, 무능력한 재벌이 사라지는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만약 유능한 재벌 3세가 있다면, 그는 선대의 도움 없이 다시 회사를 창업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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