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와 가치관의 문제



흔히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와 대화를 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반드시 듣게 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의가 없어~ 예의가 중요한데 말이야."
어쩌면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예의는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예의가 중요하지만 지금 시대에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이 자연스럽다. 왜 그런지 한번 살펴보자.

과거 사회, 한국이 전근대 농경 사회에서 벗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시대에는 예의가 정말 중요하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모두의 교육 수준이 낮았고 전국에서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사람이 몰려 와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보편적인(자본-지향적이거나 지역-지향적이지 않은) 기준이 부재하였으며, 그리고 근대 사회로 진입하면서 여러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 한정하였을 때 예의는 사회를 재조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였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을 경우 서로 다른 성질의 사람을 관리하고 통합할 가능성이 없으며, 이는 군사 독재 시절의 군사-국가사회주의와 결합하여 새로운 "시민"을 양성하는 데 실패하는 결과를 불러 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예의를 지키는 사람에게 설령 사회의 모든 재화와 권력, 지위를 준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80년대에 취직에 성공한 사람들의 학점, 스펙, 영어 실력을 보더라도 그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선후배 관계를 통해 배운 "예의"는 그들을 기업에 취직하게 만들고, 정년제는 평생 직장을 보장하였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이제 대학생은 높은 학점과 고스펙, 높은 토익 점수가 없으면 취직이 불가능하다. 뉴스에서는 재산을 물려 받은 건물주가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며, 공무원/공기업 공채에서 윗 사람과 잘 아는 누군가가 특채로 뽑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잘 아는 "예의"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전혀 없음은 물론이다.

한 마디로 예의는 이제 더 이상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예의가 있다고 해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의가 없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사회에서 쫓겨나는 것도 아니다. 사회의 가치관이 변하였기 때문에 청년들이 거기에 적응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인간은 사회에서 다른 인간과 항상 트레이드를 하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난 네 예의를 사지 않을 거야(Absolutely, I won't but your manner)"라고 말한다면, 아무도 사지 않는 상품을 누가 만들까? 사지 않는다! 고 말하면 당연히 아무도 그 물건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청년이 예의가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예의라는 상품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예의로 모든 것을 얻는다면, 적어도 그러한 보장이 존재한다면 지금과 달리 청년은 무형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단지, 모든 인류가 잘 아는 것처럼, 현대 한국 사회는 예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