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감상





이 영화를 보아야 하는 이유도 찾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개봉한 지 조금 지난 뒤에 <버닝>을 보았다. 밑은 영화 <버닝>의 감상이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 <버닝>의 감상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 <버닝>을 아예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한 마디로 말해서, 버닝은 참 재미없는 영화였다.

재밌는 영화가 왜 재미있는지 이야기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이 분다! 등)이나 노아 바움백의 영화(<마이어로위츠 스토리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사흘 밤낮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다), 그리고 홍상수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지면이 모자라서 곤란할 때가 있을 정도니까. 영화의 경험은 보편적이기에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없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영화가 재미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대체 왜 재미없는지를 설명하느라 지면이 모자라는 경우는 없었다. 이를테면 <나가요 미스콜>에 박평식이 남긴, 이후로 박평식이라는 평론가가 유명해지는 계기가 된 20자평은 다음과 같다; "나가라."

나는 버닝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이 영화가 차라리 불타버렸으면 좋겠다. (영화를 불태울 라이터는 지포가 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강인한 인내심을 발휘해서, 영화에서 몇 가지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촬영이 매우 훌륭했다. 카메라워크는 군더더기 없었고 조명은 적절했으며, 인물은 프레임에서 뜬금없이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둘째로 유아인의 연기가 괜찮았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유아인이라는 배우에 별 관심이 없다. 몇 년 전에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밖의 정보에 대해서는, 골종양으로 군대 면제를 받은 사실을 제외하면, 전혀 모른다. 그런데 버닝에서 유아인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입에 기름칠을 하자면 꽤나 좋았다. 이런 배역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별 어려움 없이 소화하였다는 점이 유아인의 재능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유아인에 대해 잘 모른다.

나머지는 형편없었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슨 멜로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들었던 우타다 히카루의 사쿠라나가시는 잘 기억하고 있다) 칸에서는 버닝을 경쟁 부문에 올리고 기자들은 버닝의 수상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상은 버닝에게 돌아가지 않았고(비평가상은 받았다) 대신 내가 사랑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이 사실을 전해듣고 한국 기자들은 실망했다. 그리고 아무도 버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버닝이 상을 타면 좋은 일이겠지만, 상을 타지 않아도 딱히 상관이 없었다. 아무튼 칸 영화제는 장미의 달 5월에 벌어지는 즐거운 축제이며, 축제가 끝난 뒤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p.s. 만비키 가족은 7월 26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