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과 비출산은 운동이 될 수 있을까?



며칠 전에 나는 트위터에 이런 이야기를 적었다.

"아즈마 히로키가 연애와 결혼은 필연적이고 결정론적인 세계에 도입되는 우연이라고 약한 연결에서 주장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 와서 살다 보면 그런 건 없다고 생각을 바꿀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비혼/비출산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사람들이 연 1억을 벌어도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산다면 양심에 따른 비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벌이가 늘어났을 때 결혼을 해 버리면 그건 그냥 사회학적으로 결혼을 못 하는 저소득, 백수 취급이라서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다. 나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서 병역거부를 하면 사후적으로 사람들이 고귀한 양심을 인정해 주지만, 그냥 징집을 피하려고 실종되면 병역기피자로 낙인 찍히는 것과 동일한 기제다."

그리고 박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트윗으로 정곡을 찔렀다. (...)

"그래서 젊은이의 투쟁 수단이라는 게 비연애/비혼/비출산 같은 수동공격적 방법이라는 게 좀 괴상하지 않냐구. 좀 생각을 해봐. 아무리 억울이 시대정신이라지만... 십대 애들이 자기 입으로 비연애/비섹스하겠다는 게, 순결반지, 순결사탕이랑 뭐가 달라. 그냥 같은 현상이 다른 언어로 정당화되고 있을 뿐이라고. 성인들이 그걸 잘한다 잘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사실 나는 비혼/비출산이 운동으로 성립하는 가능성을 아예 부정하지는 않는다. 만약 비혼/비출산 인구가 늘어나서 일정한 수를 넘어가면, 국가는 이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인구를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이상의 효과가 있을까? 내 말은, 비혼/비출산이 남자들의 각성을 이끌어 낸다거나, "결혼/출산을 원하지만 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딜레마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결혼을 하고 싶은 여성
결혼하고 싶은 여성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 나의 기준에 미달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결혼이 불가능하다. 둘, 결혼하려고 해도 돈이 없다. 그런데 2번은 비혼/비출산과는 무관하다. 지금도 신혼부부에게 지원하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혼부부에게는 집도 제공하니, 정말로 땡전 한 푼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혼은 가능하다. 1번은 한국 남자의 수준 미달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인 사상과 사고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 남자는 영원히 "한남"으로 남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연인을 찾는 게 합리적으로 보이며, 역시 비혼/비출산의 운동과는 무관하다.

2. 출산을 하고 싶은 여성
출산하고 싶은 여성의 고민은 하나다. 한국에서 애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결국 한국 사회에 내재하는 문제지 비혼/비출산의 어젠다와는 무관한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가 헬조선으로 불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혹한 노동환경, 낮은 임금, 과도한 입시경쟁, 행복과 삶의 질 저하, 다발하는 성범죄, (남성의 경우) 군대 등등. 비혼/비출산이 많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분모가 줄어들어서 경쟁이 낮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비혼/비출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곧바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니다. 나머지 문제들, 즉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비혼/비출산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공론장에서의 긴 시간에 걸친 토론과 사회적인 합의와 보편적 복지라는 결과로 해결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비혼/비출산은 소극적 의미에서는 운동으로 성립하지만, 그 이상의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는 데에는 실패한다. 적어도 상대편인 "결혼/출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각자의 문제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해야만 하고,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