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의 딜레마

경기도 성남의 한 학부모는 "곤충만 연구한 아이가 그 스펙 하나로 서울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현재의 학종전형은 내신 최상위권 아이들을 비교과로 '2차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좋은 제도라도 학종처럼 왜곡될 수 있으므로 수능이 완벽하지 않지만, 확대·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신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경기도 용인의 고3 학부모는 "경기권 일반 공립고의 현실을 보면 내신은 한번 결정되면 뒤집기 어렵고, 수학 같은 경우 문제를 보자마자 빠르게 풀어야 하므로 선행(학습)이 심하다"며 "비교과 역시 지도교사의 역량과 부모의 관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종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의 장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혁신학교졸업생연대에서 활동 중인 대학교 2학년 학생은 "모든 사람이 합의점을 형성한 부분은 '앞으로의 교육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정시는 유형이 획일화돼 있으므로 정보력·자금력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대입개편 특위 마지막 공청회…'학종 VS 수능' 여전히 평행선

얼핏 보면 학종과 수능은 양립 불가능하면서도 대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학종의 비율을 늘리면 수능의 비율을 줄여야 하고, 그 역도 성립한다. 그러나 학종과 수능 말고는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수능이면 12월 이후에 수능으로 뽑아야 하고, 학종이면 학종 대로 가을에 뽑아야 한다. 이 두 가지 말고 대학이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 마디로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영어권 속담 중에 현재의 상황을 아주 잘 표현한 속담이 있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의 선택이라는 말인데, 호머의 오딧세이아에 등장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는 둘 다 바다의 괴물이다. 오디세우스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두 곶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제 이야기는 두 악마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수가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학종과 수능, 둘 모두 한국 사회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종은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학부모들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수능도 마찬가지로 과도한 사교육 학습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왜 수능이 문제인가, 학종이 문제인가 하는 지리멸렬한 논의는 영원히 같은 자리를 맴돌며, 앞으로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중에 누구를 골라야 할까? 한 가지 답변은 둘 다 고르지 않는 것이다. 둘 다 고르지 않으면 새롭게 입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수능과 학종 모두 한정된 자리를 놓고 기준을 두어 경쟁하는 프레임이다. 내가 곤충을 99마리 잡아도 나보다 장수풍뎅이를 한 마리 더 잡은 곤충소년이 있다면 나는 떨어져야 하고, 마찬가지로 내가 370점을 받으면 369점을 받은 친구를 이기고 대학에 합격한다. 이렇듯 과도한 경쟁은 전적으로 무의미해 보인다.

하나의 방법은 입시 경쟁을 줄이는 것이다. 입시 경쟁을 줄이려면 학생을 많이 뽑으면 된다. 즉 원래대로라면 370점에 들어가는 대학을 자격 시험처럼 300점이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하지만 많이 뽑은 다음에 그 학생들을 모두 졸업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럽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서유럽 대학의 평균 졸업율은 40~50% 가량이라고 한다. 2명이 입학하면 한 명은 졸업을 못 한다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도 많아지고, 한국 학생들이 대충 쓰고 마는 졸업 논문도 열심히 쓴다. 학생을 많이 뽑게 되면 해결되는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 내는 등록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개개인이 내는 등록금을 줄일 수 있다. 많아진 학생 수는 기초교육원 등의 교양대학의 교원 수를 증원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옛날의 졸업정원제처럼 정원을 두더라도 결국에는 80% 이상을 졸업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엄격한 졸업 정원제를 학칙에 명시하게 만들고, 대학평가에서 이를 지키는 대학에 가점을 주면서 지키지 않는 대학에 크게 감점을 주면 어떨까.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 지켜지지 않을 테니 평가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입시는 절대평가에 가까운 자격 시험으로 잡음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대학에서는 실력 대로 평가받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완성된다. 문재인 정부를 보건대 이를 시행하려는 의지는 거의 없어 보이지만, 두 악마 중에서 누굴 골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청와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글

  • 알토리아 2018/05/17 23:48 #

    자격시험화의 최대 단점은, 학생이 한 단계 낮은 대학에 갔으면 무난히 졸업할 수 있었는데 무리하게 자기 실력보다 높은 학교에 진학했다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는 거죠. 이거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affirmative action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자퇴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증명된 사실이라 합니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 저는 사실 한국에서 해외로의 유학을 장려해서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학생 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격 미달인 대학들을 도태시키고, 동시에 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두뇌유출에 대해 거의 병적으로 집착하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의 태도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힘들겠죠...
  • Barde 2018/05/17 23:48 #

    댓글과 의견 감사드립니다.
  • 피그말리온 2018/05/18 00:25 #

    사실 이제까지의 모든 제도 중에 그나마 많은 사람들에게 무리없이 받아들여진게 수능이죠. 지금의 개혁이라는 것도 결국 다 수능을 때려잡기 위해서라는걸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 Barde 2018/05/18 01:59 #

    댓글 감사드립니다.
  • 나인테일 2018/05/18 00:47 #

    곤충의 뭘 연구했다는거?
    어차피 앞으로의 곤충 연구는 곤충 유전자 연구 인공지능 활용한 연구 등등일텐데 산으로 들로 벌레 잡으러 잘 다닌다고 대학 넣어달라는건 좀 아니죠.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곤충의 디테일한 종을 구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면 상당한 것이겠습니다만 그 나이에 그 정도쯤 되면 애초에 서울대고 뭐고 갈 필요가 없기도 하고 (...) 그냥 영어나 마저 익혀서 캘리포니아로 가면 됩니다.

    검색해보니 '군위 파브르'라는 별명으로 찾으면 나옵니다만 '기회균형특별전형'이라는걸로 들어간겁니다. 애초에 곤충 찾으러다닌 업적을 높이사서 합격한게 아니란거죠.
  • Barde 2018/05/18 01:59 #

    의견 감사합니다. 물론 기사는 저도 글을 쓰기 전에 읽어보았습니다. 다만 사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점은 사실입니다.
  • 말초 2018/05/18 08:26 #

    일단 제가 지금 상태가 안좋은 상태에서 조금 헤롱헤롱한 상태에서 글을 읽었습니다만 ㅠㅠ

    입시 경쟁을 줄이는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으로는 경쟁 그 자체를 축소하는 행위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일단 일본의 유토리, 한국의 이해찬 세대가 국가가 인위적으로 경쟁을 축소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잘 보여줬죠 - 프랑스에서도 대학 서열을 없애려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현재 프랑스 정치는 엘리트 정치가 맞습니다. 그랑제꼴만 해도 각이 나오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사회에서. 개개인이 욕망을 가진 개인주의 사회에서 경쟁 축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안은, 제가 보기에는 경쟁의 강화가 아니라 경쟁의 기회를 늘리는 것입니다 - 대입으로 치면 수능을 1년에 2번 보는 것이죠. 이렇게 경쟁할 기회가 늘어나면 사회 전체에서 경쟁의 열이 줄어들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한국 사회는, 특히 젊은층을 상대로 우경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경쟁 축소를 주장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표를 받기 어려워요.
  • Barde 2018/05/18 19:45 #

    한국 사회에서 그랑제꼴의 운영도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 재능의 교육은 99%의 교육과는 커리큘럼 면에서도, 수준 면에서도 달라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랑제꼴은 2+3년 과정을 졸업하면 석사 학위를 주는데, 한국의 경우 4+2(혹은 5년제 과정)년 과정으로 석사를 주면 그에 걸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머지 대학(엄밀히 말하면 그랑제꼴은 대학이 아니지만)을 평준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황제 2018/05/18 09:37 #

    그냥 대학 학기별로 시험쳐서 무조건 하위 20%씩 잘라버리면 되잖아요. 경쟁이 문제라면 경쟁의 극단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봐요.
  • Barde 2018/05/18 19:46 #

    1년에 20%를 자르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50%의 졸업생을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 레이오트 2018/05/18 09:41 #

    저도 대학생으로 입학하는 사람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쪽을 지지하는 바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율이 너무 높은 편이라는 것이지요. 80년대에 20%가 대학을 갔는데 90년도에는 40% 정도가 진학을 했고 2000년 이후에는 70% 정도가 대학 진학을 했지요. 솔직히 너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교육에 투자되는 공적 사적 비용도 너무 터무니 없고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무의미하게 교육에 투자되는 비용이 각 가정의 가계에 투자가 된다면 훨씬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무의미하게 대학졸업장받고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는 쪽이 전체적으로 좋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넌 공부 못하니 대학가지마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다음으로 대학 허들을 내려 대학생수를 늘린다고 학비를 줄여주지는 않더군요. 당장 내가 대학 다닐때 내가 다닌 학과가 학부로 변경이 되어 아래 학번의 후배 수가 기존보다 4배는 늘어났는데 학비가 줄어든다던지의 일은 없었지요.
  • Barde 2018/05/18 19:33 #

    의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의견은 학과 단위와 대학 전체 단위는 규모가 크게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입시 경쟁에 밀려서 대학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대학 공부에 따라가지 못해서 직업교육을 받는 편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다른 의견도 가능하겠죠.
  • RuBisCO 2018/05/18 09:48 #

    대한민국 사람들이 주관이 개입되는 "Something Invisible" 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어처구니없는거죠. 주관이 개입되는 요소로 평가를 했을때 과연 정말로 평등한 결과가 나올것인가? 개뿔요.
  • Barde 2018/05/18 19:34 #

    댓글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