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5.




스승의 날 기념으로 올리는 단상.


한국은 사회의 잔혹함으로 피해를 얻는 -를 개개인의 자비에서 나오는 +에 의탁하기 때문에 문제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형재애(fraternity)"라고 말할 때 이 "형제"는 같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인데 한국인은 이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거나 아니면 잘못 이해해버린다. 기득권이 자유와 평등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면, 시민혁명도 없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없었을 것이다. 대다수 한국인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기계적 평등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비슷한 남보다 뒤쳐지면 화를 내지만, 선천적으로 부를 물려받은 재벌이나 기득권에게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게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거의 모든 동아시아 국가에서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뭐랄까, 근본적으로 "동양적 사고"라고 부르는 사고의 패러다임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인류사의 어느 시점까지 동양이 우월했다고 결코 자랑할 만한 에피소드가 아니라는 것. 동양이 우월했던 이유는 뭐 역사가들이 가장 잘 설명하겠지만, 정치철학적으로 동양이 우월했기 때문에 서양보다 잘 살았던 건 아니다. 동독이 같은 시기의 남한보다 훨씬 더 잘 살았다고 체제 경쟁에서 두 체제의 정당성을 기준으로 해서 공산주의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조선시대가 암흑기였다고 말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북한도 지금 한반도의 암흑기를 갱신하고 있는 중. 김정은이 스웨덴의 사회주의(민주주의가 있다는 사실은 까먹었겠지)와 태국의 왕정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언급을 고려해 보면, 북한이 내걸고 있는 "조선"이라는 호칭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조선이 망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나의 사견에 불과하지만) 유교로 민중들을 잘 세뇌했고, 그리고 천주교 신자들을 철저하게 탄압하여서 신문물과 평등 사상을 조선에 들여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화당의 티파티가 혐오스러운 것과 자한당(과 보수 세력들)이 혐오스러운 건 결이 다른 문제다. 전자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위반한 적이 없지만 후자는 기원부터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짓밟으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공격적이면서 유연한 스탠스는 차라리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짝이다. 그럼 미국 민주당은? 민주당의 스탠스가 워낙 넓고 또 세밀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뭐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극좌가 아닌 좌파부터 합리적인 중도 우파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현재의 정의당 ~ 민주평화당(또는 바른미래당의 국민의당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 더불어민주당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정의당 50%, 나머지 50%라고 말하면 적절하겠다. 힐러리는 후자의 포지션에서 막대한 인맥, 자금력으로 전자를 포섭한 사람이다. 그리고 미국 좌파는 한국의 노동당과 녹색당, 민중당에 대응한다. 둘 다 엘리트를 선호하고, 지역의 운동에 몰두하면서 세력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p.s. 미국 한인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도 한국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것과 흡사한 메커니즘이다. 샤이 트럼프 중에서 한인 2세~3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나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보같다고 생각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문재인 지지를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트럼프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여야 사고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