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4월 27일 금요일에 나는 늦게 일어났다.
바로 이날, 세 번째로 개최되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아침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날 새벽 늦게까지 니지산지 멤버들의 생방송을 보았기 때문에 늦게까지 자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리고 어쩐지 남북의 정상이 극적으로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걸 굳이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보아야 할까라는, 약간 겸연쩍은 기분이 마음의 한구석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처럼 수령님의 모든 말씀을 주의 깊게 경청해야만 하는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회담을 시청할 의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하간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금요일 오전을 늦잠으로 즐겁게 보냈다.

그래도, 시사 문제에서 까막눈으로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아는 편이 체면이 서지 않을까 싶어 나는 평소 애용하는 네이버 뉴스에서 관련 기사를 훑어보았다. 거기에는 서로 다른 제목의 기사들이 중요한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었는데, 문재인과 김정은이 오전 회담을 마쳤다는 기사가 맨 위에 올라와 있고, 그 밑으로는 김정은이 문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의 위쪽으로, 그러니까 콘크리트로 경계지어진 선을 넘었다가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기사보다 나의 흥미를 끈 글은 바로, 지면의 한쪽 구석에 있던 평양냉면에 대한 기사였다.

시민들이 남북 정상회담 때문에 평양냉면을 먹으러 서울 시내에 있는 평양냉면 집에 들이닥쳐서, 모든 가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약간은 흥분된 어조로 기사는 다루고 있었다. 김정은이 옥류관에서 직접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으며, 이 냉면을 보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그럴 듯한 추측으로 글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나는 평양냉면 집으로 올라와 있는 기사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그러자 사진 속의 가게가 을밀대이며, 낡은 간판이 이 가게가 다른 가게가 아니라 바로 을밀대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기에 자주 가지는 않지만 을밀대 역시 유명한 평양냉면 집이다. 이 정도로 짧게 생각하고서 나는, 네이버 뉴스를 닫았지만, 여전히 옥류관에서 날아온 냉면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옥류관 냉면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다음 날이었다. 알고 보니 옥류관의 제면기—평양에서부터 직접 공수해 온 중요한 기계—가 고장이 났고, 고장난 제면기를 고치느라 실제로 두 정상에게 평양냉면이 대접된 시간은 늦은 저녁, 밤에 가까운 시간이었으며, 그럼에도 모두가 냉면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옥류관 주방장이 직접 만든 냉면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육수가 빨간색에 한 눈에 봐도 칠흑처럼 어두워 보이는 면이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그 위에는 닭, 꿩, 소고기의 세 가지 고명이 얹혀 있고 마지막으로 샛노란 색의 계란 지단이 한 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양냉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이질적이고 낯선 냉면이 회담장의 탁자 위에 올라가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어디에선가 점심을 먹어야 했고, 나는 평양냉면을 먹기로 결심했다. 종종 가는 남포면옥에 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자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기 싫었지만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10분 만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당연히 주문은 냉면으로 결정했다. 이윽고, 찬과 함께 나온 냉면은 내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평양냉면이었다. 투명한 육수에 회색 빛깔의 메밀면과 함께, 쇠고기 고명이 한 점 올라가 있고 그 위에는 절인 무와 오이가 꾸밈으로 올라와 있는 익숙한 냉면이, 역시 익숙한 탁자 위에 올라와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매우 길었다. 집이 멀다는 이유로 세 번이나 환승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노선마다 보이는 풍경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2호선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대체로 중국인이거나 일본인)들이 무거운 여행 가방을 쥐고 노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1호선에서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이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수인선에서는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등산객 차림의 노인들이 제각기 떨어져 앉아서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면서 객실의 구석구석을 관찰하였다. 그러나 수인선을 타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으나, 이 노선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이따금 타는 편이다.

서울과 인천, 수도권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도 퍽 신기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일은 지방 소도시와 시골에서 벌어지는 모습이 주요 신문의 기사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농사일을 돕는 베트남에서 온 주부들이 사라지게 되면 늙어빠진 노인밖에 살지 않는 시골에서는 농사를 아예 지을 수가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서 지나가는 트윗으로 읽었는데, 이는 중소기업 공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말이다. 만약 외국인 노동자와 병역의 의무를 진 산업체요원이 전부 공기 중으로 녹아 사라진다면,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그 날로 공장을 닫아야만 할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지하철에서 지나치면서 본 그들의 숫자만 어림해 보더라도 몇 백 명인데, 실제로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오늘도 코리안 드림을 꾸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아니, 한국 정부의 일에 애당초 관심을 가지기나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노력이 보답받는 나라, 모든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살 맛 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통령 후보 시절에 주장하였다. 그로부터 일 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는 평화의 집에서 옥류관의 평양냉면 한 그릇을 얻어먹고 다시 청와대가 있는 서울로 돌아왔다.

시민들은 서울의 평양냉면 집에서 냉면을 먹고, 외국인 관광객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서울 시내를 관광한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유명한 표현이 존재하지만, 이제 정말로 한국의 정체성은 두 나라로 갈라져 버린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멀어 보이기만 했던 북한이 적어도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다행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1호선(남동공단)과 4호선(안산), 그리고 수인선에 올라타서 서울과 수도권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과연 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적어도, 평양냉면이 맛있다는 이야기로는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또한, 통일된 미래의 북한 인민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2018.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