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바보 제조자(idiot maker)가 되는 이유?



한국의 공교육은 바보를 만든다고 말한다. 아마 그 바보들이 대부분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그러나 "바보"라고 말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바보인지, 왜 바보를 만드는지 이유를 대야 하는 것은 "한국의 공교육은 바보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쪽에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추측해 보겠다.

우선, 한국 공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수행한다. 입시는 내신이나 입학사정관 등의 예외를 제외하면 주로 수능인데, 수능은 정해진 교과과정 안에서 학습 성취도를 평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능의 문제들은 주로 암기식이며, 수능의 성패는 암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암기가 중요하다. 특히 공부를 시작할 때 암기가 중요하다. 수능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응용(application)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데 있다. 문제의 난이도와 교과과정이 달라질 뿐, 수능에서 학생 개인의 생각을 묻거나, 아니면 수시에서 주로 그런 것처럼 답이 주어지지 않거나 입장을 택하는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즉, 수능은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공교육을 비판할 때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한다고 비판하면 공교육 측에도 할 말은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확실히 우리는 수능을 대비한 공부를 학생에게 하게 만든다. 그렇게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왜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것은 비판자가 아니라 교사들이다. 아마 그들은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1. 한국은 대학 서열이 이후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 교사는 학생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입시위주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2. 좋은 대학에 가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그 실익이 수능을 공부하는 불이익보다 크다. 따라서 입시위주 교육은 필요악이다.

우선 1부터 살펴보자.

1은 "책임"이라는 말의 사용에 의미가 있다. 우리가 "교사는 학생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때 교사를 학원 강사와 1:1로 대응시켜서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히 학원 강사는 학생을 좋은 대학에 보낼 의무가 있다. 그걸 하라고 학생의 부모로부터 직접 현금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는 국민의 세금에서 봉급을 받는다. 국민의 세금은 공동체를 위해 쓰여야 한다(개개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합의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 서열을 유지하는 일이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매우 어렵다. 대학 서열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정상적이라면 쓰지 않았을 사교육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게 만든다. 만약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면,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은 지금과 같은 일원적인 대학 서열이다. 따라서 1의 주장은 "책임"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2는 과연 실익이 불이익보다 큰가? 그리고 좋은 대학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실익이 불이익보다 크려면 학생이 좋은 대학의 교육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주장을 살펴보자.

a. 바보는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b.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교육을 이용할 수 없다.

나는 a-b가 필연적으로 성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교육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b1. 만들어진 바보는 높은 신뢰성을 가진 자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며, 따라서 프레임에 대한 교정 가능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다.

a-b(b1)는 만들어진 바보가 교육을 잘 이용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수능이 바보를 만든다면 그 바보는 태생적 바보가 아니라 만들어진 바보일 확률이 아주 높다. 따라서 좋은 대학의 교육을 잘 이용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실익이 불이익보다 크다고 말하기 굉장히 어려운 이유가 있다. 덧붙여, 좋은 대학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가? 라는 주장은 바보가 교육을 잘 이용해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앞의 이유로 그러한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결론적으로, 1과 2의 주장에는 상식을 가진 사람도 받아들일 법한 더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만일 그 근거가 설득력 있다면, 공교육이 바보를 만든다는 말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덧글

  • ovinnik 2017/03/21 16:55 #

    취업 문제와 연결시켜도 이런 결론이 도출될지 궁금하네요ㅎㅎ
  • Barde 2017/03/21 17:00 #

    지금의 '헬조선'을 만드는 데 한국 기업의 미개한 문화들이 기여한 바를 생각해 보면, 같은 결론을 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보를 만드는 공교육과 취업은 상관이 없는 두 팩터죠.
  • 흑범 2017/03/21 23:48 #

    그 이유는 "눈에 보이는 정답"만을 바라기 때문이죠. ㅋㅋ
  • Barde 2017/03/22 00:22 #

    "눈에 보이는"이 정답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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