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노벨상



이 이야기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벨상의 계절이 왔기에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상 후보로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6년 카프카상을 수상한 이후였습니다. 당시 기사 왜냐면 카프카상이 노벨상을 타기 전의 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도 하루키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올라가고(실제로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평론가인 우치다 타츠루内田樹씨도 하루키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츠루씨가 글을 적은 2008년에는 르 클레지오가 수상자가 됩니다. (또한 클레지오는 70년대에 대학생들의 아이돌이었다고 언급하지요 ㅋㅋ. 도쿄대 불문과 안의 분위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일본 안에서도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산문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루키스트"라고 불리지만, 하루키스트 중에서도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루키를 읽어보셨나요? 라고 묻는다면 아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을 쫓는 모험", "1973년의 핀볼", "해변의 카프카" 정도를 언급하겠지요. 저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밖에 읽지 않았습니다. 단편집을 한 권 읽긴 했네요. 하지만 저는 에세이를 거의 다 읽었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포함해 앞으로 나올 에세이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루키님의 솔직한 감상을 저는 좋아하거든요.

하루키가 왜, 어째서 노벨상을 수상해야 하는지 따위의 말은 많습니다. 일본문학에 충격을 안겨줬다,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루키만의 독특한 세계, 현대인의 고독함과 상실감을 잘 표현했다 등등. 하지만 하루키가 "노벨상"에 가까워졌다는 말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후보에 올랐다는 말은 여러 번 기사로 접하지만요. 왜냐면 노벨상을 수상하는 한림원에서 그런 정보를 최대한 외부로 유출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눈에 띄는 업적이 존재하는 다른 상과는 달리 문학상은 '문학성'을 평가하는 것이라서 뚜렷한 업적이 없기도 하고요. 하루키의 '문학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게다가 노벨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이유들이 이번에는 수상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보면 될까요?

글쎄요. 하루키와 비슷한 작가들이라면 미국에는 레이먼드 카버, 리처드 브로티건, 존 업다이크(약간 다르려나요? 작품에 섹스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입니다), 폴 오스터 등이 있는데, 넷은 모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가 자신의 책에서 언급한 작가들 중에는 앨리스 먼로가 수상했는데, 먼로는 단편소설만 쓰는 작가죠. '문학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한 가지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자신의 시대에 대한 성찰, 약자에 대한 연민, 그리고 보편을 탐구하려는 의지입니다. 이는 특히 소수언어를 사용하는 문학에 요구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하루키는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는 많겠지만 앞서 말한 기준에서 하루키는 '보편'에 미달합니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은 주로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 문화를 사랑하는 중산층 남성입니다. 이 남성은 여행도 떠나고 모험도 하고 갖은 시련을 겪기도 하고 많은 경험을 하지만 이 '주체'가 인류 보편을 지향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노벨상에는 지역별 쿼터가 있는데, 2000년부터 놓고 보면 6년에 한 번씩 아시아권 작가에게 상을 주고 있습니다. 빨라야 2018년에 아시아 작가가 수상하게 될 텐데, 이 때 하루키가 수상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정말 줄 사람이 없어서 주는 거라면 몰라도, 다른 후보가 존재하는 한 하루키는 영원히 "노벨상 소동"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쿨하게 "노벨상 따위 받아봤자 내년이면 전부 작가의 이름을 잊어버린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요.

제 추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길 바라겠습니다.

P. S. 밸리 전체 인기글에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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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닉네임 2016/10/09 20:14 #

    저랑 생각이 똑같네요. 하루키 자체는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데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압권이죠 에세이는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소설은 그러고보니 딱히 기억에 남거나 읽은 작품이 몇개안되네요..
  • Barde 2016/10/09 20:51 #

    ㅎㅎ 그러신가요? 저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꽤나 좋아합니다. 신인다운 하루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요.
  • KittyHawk 2016/10/09 20:47 #

    노벨상의 권위라는게 그냥 그렇다는 감도 드는지라(노벨위원회의 그 알 수 없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써야만 하는가적인데서 오는 반감이랄까... 뭐 노벨 문학상이 오히려 세계 문학계에 독일 뿐이라고 여긴 유명 작가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지요.) 하루키가 설령 받게 된다 해도 거부해버리는게 오히려 나을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 Barde 2016/10/09 20:52 #

    사르트르가 68년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일이 있긴 하지만, 하루키는 거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딱히 정치적인 이유가 없고, 받아서 손해볼 것도 없으니까요.
  • rumic71 2016/10/09 22:07 #

    애초에 문단문학 전체가 그렇다는 느낌입니다.
  • rumic71 2016/10/09 22:06 #

    저도 하루키라면 단연 엣세이와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 봉학생군 2016/10/09 22:09 #

    올해도 걍 팬케이크에 콜라부어 먹어야...
  • Barde 2016/10/09 22:59 #

    채다인 님이 이미 시도한 적이 있죠. 그나저나 코코아가루 포장은 지금 봐도 세련됐네요.
    http://totheno1.egloos.com/694128
  • 포도 2016/10/10 00:17 #

    언더그라운드가 가장 인상깊었네요. 해변의 카프카하고.
  • Barde 2018/07/27 13:35 #

    <언더그라운드>는 하루키 자신도 고백하듯이, 사린가스 살포라는 사건에 대한 많은 고민의 산물이라고 하더군요. <언더그라운드>가 없었다면 해변의 카프카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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