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40000힛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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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 되었다. 올해는 저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방명록을 만들겠습니다. 혹시 제게 전할 말이 있거나, 용건이 있거나, 아니면 일을 부탁할 경우는, 이 글 밑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인(lerisia)으로도 연락 가능합니다.

올해 목표: 대학원 입학과 공부. 장편 소설을 하나 쓰고, 지면에 중편 이상의 소설을 발표하기. and also...



언어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컨택트> 감상



<컨택트>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언어학자에 대한 영화다. 동시에, 컨택트는 인류와 헵타포드들의 만남이기도 하고, 영어 제목인 어라이벌Arrival이 의미하는 것처럼 지구에 알 수 없는 목적을 띠고 "도착"한 지적 생명체와의 대화를 의미하기도 하며, 원작 제목인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처럼 '너'라는 2인칭으로 호명되는 딸의 인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서술한 문장을 헵타포드어로 번역해 보자. 이 문장은 처음부터 끝을 예상하고 쓰여진다. 처음에 한 획을 그을 때 마지막 획이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으므로 주저함이 없다. 헵타포트에게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문자는 원환을 그리며 처음과 끝을 하나의 선으로 완성한다. 바로 여기에 영화의 주제가 있다.

영화에서는 몇 가지 설정과 함께 장면에 대한 각색이 이루어졌다. 우선, 헵타포드에 대한 오해로부터 발발한 군사적 위협과 위기,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지만) '전화'가 등장하지 않는다. 헵타포드가 타고 온 검은색 '우주선'은 원작에서는 투명한 석영 체경(looking glass)으로 그려지며, 땅 위에서 몇십 미터나 떨어져 있지도 않다. 물리학자인 게리는 원작보다 영화 쪽이 덜 소심하고 적극적이다. 언어학자를 찾아 몬타나에서 버클리로 가지도 않으며, 주인공이 버클리의 재수없는 교수에게 산스크리트 어로 "암소"의 뜻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는다. 즉, 영화보다 원작이 훨씬 더 담백한 테이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들을 매료시켰으니, 테드 창이 얼마나 대단한 소설가인지 짐작이 간다.

헵타포드는 원작에 따르면 <헵타포드 A>와 <헵타포드 B>를 사용하는데, 전자는 음성 언어를 가리키는 말이고 후자는 언어에 대응하는 문자 체계를 가리킨다. 문자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처음에 한 획을 그을 때 마지막 획이 어떻게 끝날지 안다. 한자와도 비슷한데, 한자는 처음에 획을 그을 때 마지막 획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 한 문장을 쓸 때는 사정이 달라지지만, 문자 하나를 놓고 봤을 때는 한자와 닮은 점이 많다. 그리고 원작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아라비아 문자도 <헵타포드 B>와 비슷하다. 처음에 획을 그을 때 끝을 알고 서예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아라비아 문자는 위 그림의 문자와 닮아 있다. 하지만, 이는 숙련된 서예가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헵타포드처럼 빠른 시간 안에 글을 쓸 수는 없다. 인간의 시간과 헵타포드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헵타포드 B>는 목적을 가진 것처럼 움직이는 문자들로 이루어진 표의언어다. 빛이 물 속의 한 지점을 향해 '마치 어느 길이 가장 빠른 길인지' 계산하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헵타포드 B>의 문자도 문장의 최종적인 의미를 향해 달려간다. 주인공인 루이즈는 헵타포드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삶을 미리 보게 된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고,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 비록 끝을 알고 있을지라도 자신의 딸과 함께하는 삶이 아름다운 것처럼, 헵타포드의 언어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며 아름다워지려 애쓴다.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미를 "끝이 없는 합목적성의 형식(form of finality without an end)"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헵타포드가 쓰는 문자는 미를 체현한다. 만약 언어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 언어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닮아 있을 것이다.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우리는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인간만의 길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13년에 적은 글입니다. 지금은 생각이 약간 다릅니다만, 크게 변하지는 않아서 편집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어제 일본문화원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를 보고 왔다. 사람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꽤 모여 있어서 살짝 놀랐다. 알고 온 것일까, 아니면 '시간 죽이기'를 위해 온 것일까는 알 수 없었지만, 다들 영화에 집중해서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DVD라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블루레이로 틀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차피 공짜로 보는 거라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사치고. 그리고 음량이 작아서 작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영화관이 아니라 홀이라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해서 영화는 아주 좋았다.

여기서 '좋다'는 말은 감동적이다, 라기보다는 깔끔해서 흠 잡을 데가 없다는 소리다. 모든 플롯이 완벽하고, 행동에는 개연성이 있으며, 주인공은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친구는 미래에서 왔는데 다시 미래로 돌아가고, 약속을 하고, Time waits for no one이고... 남녀노소가 볼 만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명작은 단어 그대로의 의미에서 보편적이다.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리고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나는 오히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역량보다는 원작자인 츠츠이 야스타카를 주목했다. 조사해 보니 내년이면 여든이 되는 노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작년에 라이트 노벨을 썼다고 하니, 다른 의미에서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작가 자신의 작품 리스트에서 보면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원래는 자기가 속한 업계부터 시작해서 문단과 세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디스하는, 쿠메타 코지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을 쓴다고 한다. 나는 이 작가의 소설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흥미가 생겨서 한번 읽어볼 작정이다.

다시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돌아가서, 여담을 하나 해 보기로 한다. 작중에는 마코토가 타임 리프를 할 때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흐른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 중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잠시 설명해 보자면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작곡한 쳄발로(하프시코드)를 위한 소품이다. 여기에는 공작의 의뢰를 받은 어린 소년을 위해 바흐가 대신 작곡을 해 준다는 훈훈한? 뒷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인지는 불분명하다. 작중에서 자주 반복되는 부분은 그 중에서 제1변주다. 듣다 보면 아주 흥겹다. 실제로 타임 리프를 할 때도 기상천외한 체험을 겪는 것 같으니 잘 맞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반복'이다.

작품에 '반복'을 도입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로 '다시 해 보면 어떨까' 하는 후회에 중심을 두는 게 가장 많아 보인다. 다시 해 봐도 안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일을 그르칠 수도 있지만, 후회하고 반복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서 영원한 주제다. 그런데 <시달소>에서 나타나는 반복은 다른 '반복'과는 뭔가 다르다. 타임 리프를 하면 과거로 돌아가서 새로운 기억으로 덧쓸 수 있다. 여기서 원래 있었던 일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마치 컴퓨터에서 기존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쓰기를 하는 것처럼, 시간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억도 사라진다.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마지막에 마코토는 자신의 남은 타임 리프 횟수가 하나로 바뀐 것을 깨닫고 다시, 마지막으로 과거로 돌아간다. "기억을 지우고 덧쓴다"는 설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신이다. 여기서 타임 리프는 어디까지나 마코토의 사용에 국한되고, 사용도 철저히 개인적인 영역에서만 이루어지며(복권을 산다거나 경마장에 간다는 식의 발상도 없다. 나라면 했을 텐데), 마지막에는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츠츠이 야스타카가 이런 '배려'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호소다 마모루가 감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 나는 작가에게 감사한다.

분석철학 Q & A

분석철학을 공부하면 취직이 잘 되는가?
답: 당신이 어디서 Ph. D를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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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분석철학을 대체 왜 하는가?
답: 하다 보면 재밌으니까 하게 됐습니다.
분석철학은 과학과 같나요?
답: 전혀 다릅니다. 과학을 공부하려면 과학사&철학 전공을 택하셔야 합니다.
분석철학은 논리적인가요?
답: 대체로 그렇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답: 분석철학의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입니다.
대륙철학이 더 낫지 않나요?
답: 취직은 근소하게 분석철학이 더 잘 됩니다. 취직해야죠.
왜 분석철학은 영미권에서 인기가 많죠?
답: 거기서 시작했으니까요.
수학과 분석철학은 어떻게 다른가요?
답: 수학은 때로 창조적인 활동이지만 분석철학은 아닙니다.
분석철학을 하면 좋은 점은?
답: 미래의 무의미함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분석철학이 하고 싶어요!
답: 하지 마세요.
과학자들이 철학을 공부하는 경우는 많나요?
답: 학부전공자들은 많이 옵니다. 하지만 직업인이 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분석철학자는?
답: 비트겐슈타인, 크립키, 로티, 굿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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