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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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 되었다. 올해는 저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방명록을 만들겠습니다. 혹시 제게 전할 말이 있거나, 용건이 있거나, 아니면 일을 부탁할 경우는, 이 글 밑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인(lerisia)으로도 연락 가능합니다.

올해 목표: 대학원 입학과 공부. 장편 소설을 하나 쓰고, 지면에 중편 이상의 소설을 발표하기. and also...




최악의 패배


시즌을 치르면서 한 팀이 갖게 되는 경기의 수는 총 144경기다. 이 중에서 홈에서 치르는 경기가 72경기, 원정에서 치르는 경기가 72경기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5위 안에 들어가려면 경험적으로 5할 이상을 해야 한다(작년의 경우, 기아는 4할 9푼의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70승 정도를 하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다는 뜻이고, 이 말은 74패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어떤 패배는 다른 패배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준다. 단순히 숫자로 나열되는 5연패라고 해도, 그 전에 6연승을 했다면 승패마진은 +1이며 이 뒤로 3연승을 한다면 승패마진은 +4가 된다.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기력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길게 보면 5할 승률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의 패배라고 할지라도 다음 날, 그 다음 날, 혹은 전반기가 끝나기 전까지 영향을 주는 패배가 있다.

바로 오늘 끝난 엘지와 롯데의 경기가 그렇다.

9회 이전의 상황은 물론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만, 10회 초의 5점 득점으로 그 아쉬움은 상쇄되었다. 이천웅의 만루 홈런과 한 점이라도 더 얻기 위한 노력의 결실인 희생플라이는 엘지가 이 경기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10회 말에 신정락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주자를 두 명이나 내 보냈고, 이어서 등판한 진해수도 평소와는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질문에 대한 정답은 간단했다. 투수 교체의 타이밍이 엉망이었다.

최근 10여 경기를 살펴보면 투수 교체의 타이밍이 엉망인 경기가 많았다. 리그 1위 불펜을 자랑하던 엘지는 6월 들어 리드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피칭을 보여주었다. 2점 정도의 리드를 갖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상황이 7회 이후일 경우 엘지의 승률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가까웠다는 말이다. 그러나 100%의 승률도 깨지기 시작했다. 필승조가 존재하지 않고, 그나마 잘 던지는 투수라도 절대로 앞에 기용하지 않는 양상문 감독의 성향은 엘지를 패배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5할 승률을 위한 소중한 승패마진을 까 먹기 시작했다.

다 좋다. 5할 이상의 승률만 유지한다면 후반기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엘지에게는 아직 돌아올 자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오늘의 패배는 선수단에 심각한 외상을 안긴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역전한 경기에서 베테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투수들이 연거푸 실점을 한 상황은, 서로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투수는 타자를 믿지 못하고, 타자는 투수(특히 불펜)를 믿지 못한다. 이러한 우울한 분위기가 전반기 내내 이어진다면, 엘지의 5할 사수는 불가능한 목표로 남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지만 대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하는 책임이다.

독후감 - 이창근의 해고일기



2년 전에 적은 글. 지난 5월에 "진보"라고 불리는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자격에 미달하는 인사들이 얼굴을 들이미는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여전한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참고로, 이창근은 심상정을 지지한다.

<이창근의 해고일기>는, 2009년에 쌍용차 파업투쟁으로 6개월간 구속된 해고노동자 이창근이, 구속되어 나온 2009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의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엮은 칼럼집이다.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쌍용차 문제는 부침을 거듭했으며, 쌍용차가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뒤 법정관리와 재매각을 거쳐 마힌드라 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고, 비록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법정 밖에서 사람들은 쌍용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26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자살을 택했는지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삶들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자, 동시에 이창근 개인의 내밀한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다섯 단락으로 나뉜다. “파업,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에서는 쌍용차 투쟁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파업의 ‘조건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며, “노동자가 죽어간다”에서는 하나둘 늘어가는 죽음들, 구체적인 삶과 구체적이지 않은 ‘숫자’로 표기되는 죽음에 대해 다룬다. “여기 사람이 있다”에서는 2012년 4월 대한문에서의 농성에서 시작해 10월 청문회로 끝나는 6개월간의 시간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가느다란 신음소리”에서는 13년과 14년, 2년에 걸쳐 벌어진 일들, 고법에서 승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는, 정확히 말하면 원심파기환송되는 11월까지의 일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12월 13일,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이창근은 김정욱 사무국장과 함께 쌍용차 평택공장 안 굴뚝에 오른다. 결말을 말하자면, 그는 100일을 채우고 굴뚝에서 내려온다. 쌍용차 문제가 아무런 진전과 해결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쌍용차 투쟁의 과정에 대한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우리의 투쟁을 스스로 기록하지 못했다. 쌍용차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 글은 후일담이 될 수 없으며, 과정의 기록이고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다.”1.
쌍용자동차의 간략한 역사는 다음과 같다. 1986년 11월,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한다. 98년 1월,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지만, 대우그룹의 부도로 인해 99년 8월,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다. 11월, 지엠과 포드가 일괄 인수를 포기하고, 다음 해 4월, 쌍용차는 대우차에서 분리된다. 2003년 12월, 란싱그룹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나, 다음 해 3월 협상이 결렬된다. 동년 7월 상하이자동차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10월 28일, 상하이차와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2005년 1월, 쌍용차는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되지만, 상하이 측의 ‘먹튀’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기술유출만 벌어진 채로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의 경영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결국 2008년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로 쌍용차는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쌍용차는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감행한다. 2009년 5월 21일,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투쟁이 시작된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투쟁에 돌입했으며, 사측의 물과 전기공급 중단, 다양한 방해공작, 회유 등에도 불구하고 77일간 파업을 이어 나간다. 결국 8월 6일 경찰기동대의 투입으로 파업은 끝나나,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그 뒤로 공장에 복귀하지 못했으며, 노조 간부 등은 경찰조사를 받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6개월 정도의 구속을 살게 된다. 이창근 또한 그러한 ‘해고노동자’ 중의 하나였다.

이창근이라는 ‘개인’이 어떻게 쌍용차에 입사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책날개에 적힌 내용을 참조해 보면, 그는 “1973년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으며, “2003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했으며 2009년 해고되었다.”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들을 생각해 보면 그리 일찍 입사한 편은 아닌데, 그가 그 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어린시절을 제외하면 칼럼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루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의 말처럼, “누이들의 하루하루 공장생활은 주름진 시골집 가정형편을 점차 펴게 했다. 몇 시간을 일하는지 야근은 또 얼마나 하는지 나는 그때 알지 못했고, 관심조차 없었다.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게 그저 신기하고 기쁠 뿐이었다. 낮엔 일하고 밤엔 야간고등학교까지 다녀야 했을 그 고단함에 대해 나는 아직까지 묻지 못한다. 남동생 공부시킨다는 주입된 사명감에 고스란히 10대와 20대의 청춘을 보낸 누이들에게 나는 아직까지 미안함이 많다.”2. 그의 과거 회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가난함, 고단함, 그리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추측컨대, 자신이 쌍용차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모습에서, 과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았으리라. 그러나 그러한 일상은 2009년 8월 6일 이후로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는 이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러한 이름의 무게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기획실장’이라는 이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은 사연들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 지진 피해에 대한 언론보도에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이 지진을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건 있었다’라고.”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도 “온전한 하나의 세계가 스물두 개나 사라진 끔찍한 사건”이라고 쌍용차 죽음을 정의한다. 지금 우리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를 또 잃을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상황과 직면하고 있다.”3.

“사람이 죽는다”라는 객관적인 말에는 어떤 구체적인 사건도, 말도 적시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사람이 죽는다”는 말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가 살아왔던 삶이나 이야기 등을,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창근은 그러한 고된 작업을 칼럼을 쓰는 일을 통해 하나씩, 쌍용차의 죽음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해 냈다. 이제까지 26명의 죽음이 있어왔기 때문에, 그는 이러한 작업을 26번, 아니 그 이상 해 왔을 것이다. 우리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죽음의 기록’은, 그가 직접 겪어왔던 ‘동료의 죽음’이라는 충격과, 다시 그것을 글로 옮겨야 하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기록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쌍용차 문제가 이 사회의 탄압의 가장 깊은 곳이라 생각한다. 생채기나 곪을 대로 곪은 이곳을 치료하지 않고 다른 부위로 번지는 정리해고의 고통을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쌍용차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것은 그래서 매우 포괄적이다.”4. 그러면서도 이창근은 종종, 칼럼에서 다른 사업장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나,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가 쌍용차 문제가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언제나 그들을 자신의 ‘시야 안에’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쌍용차 해고 싸움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건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은 기회’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5.

마치며.

<이창근의 해고일기>의 인세 전부와 출판사 오월의봄 수익금 일부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제 손으로 짓는 ‘분홍도서관’의 소중한 밑거름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로 살아온 지난 7년 동안 포기할 수 없었던 희망”이라고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그의 책을 직접 사서 보는 일은, 단순히 힘들어하고 있는 이창근 개인을 응원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희망과 함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모두를 응원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책을 사는 데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희망’을 응원하는 것도, 당당한 하나의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말하는 것처럼 “패배감을 벗는 것, 이것이 승리의 첫째 조건이다. 각개격파당하는 지금의 모습은 패배감을 부른다. 각개로 격파당하는 것과 각개로 분열되어 있는 것, 이것은 한 몸통에서 자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시도, 다른 상상력을 구속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부어 승리하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절실한 게 아닐까 한다. 힘을 모으자.”6.

힘을 모으자.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사서 보자. 그리고 희망을 공유하자.

각주.
1. <이창근의 해고일기>, 오월의봄, p. 16-7
2. 같은 책, p. 208-9
3. 같은 책, p. 180
4. 같은 책, p. 252
5. 같은 책, p. 305
6. 같은 책, p. 92

하겐다즈 찬가

(하겐다즈 바닐라맛을 먹으면서 쓰는 글)

왜 하겐다즈는 맛있을까? 그들만이 아는 비밀 레시피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가격이 비싼 이유가 되는 비싼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우선 첫 번째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하겐다즈 공식 사이트에 레시피가 올라와 있긴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이스크림 레시피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한' 레시피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피캣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친절하게도 올라와 있는데, 이 글을 읽어봐도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첫 번째는 "잘 모르겠음".

둘째로, 비싼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하겐다즈 재료에는 탈지농축우유(지방을 빼고 농축한 우유라는 뜻이다. 그렇게 비싼 재료는 아니다), 크림, 정제수, 설탕, 난황, 바닐라가 들어간다. 설탕과 정제수, 크림은 그렇게 비싼 재료가 아닌 것 같다. 난황은? 아니다. 바닐라도 향을 넣었을 테니까 미량의 에센스가 들어간다. 개당 가격은 비싸지 않다. 비싼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아니다".

그러면 하겐다즈는 왜 맛있을까? 적어도 길거리나, 아니면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싸구려 스쿱 아이스크림보다는 맛있는 것 같다. 비록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콘의 부드러움과 밀키함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편의점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하겐다즈는 그의 친구들--그러니까, 차갑고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 맛이 나는 것들--가운데서는 정말 맛있다. 당신이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아마 놀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국에서는 500ml 한 통을 2.5파운드(대략 4천원)에 팔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한국에 수입되는 하겐다즈는 프랑스에서 생산한다. 왜 비싼지 감이 올 것이다.

그래서 이유가 뭐가 됐든, 하겐다즈는 맛있다. 아차,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으니까 글은 여기서 줄여야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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