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40000힛 달성.
50000힛 달성.
60000힛 달성.


1월 1일이 되었다. 올해는 저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방명록을 만들겠습니다. 혹시 제게 전할 말이 있거나, 용건이 있거나, 아니면 일을 부탁할 경우는, 이 글 밑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인(lerisia)으로도 연락 가능합니다.

올해 목표: 대학원 입학과 공부. 장편 소설을 하나 쓰고, 지면에 중편 이상의 소설을 발표하기. and also...

오늘의 음악: 코토링고 「민들레」, 오자와 켄지 「부엉이1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1. 이 곡에서 "부엉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다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헤겔이 말한 미네르바의 부엉이에서 따 온 제목이 아닐까 싶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이 곡에서도 전개되는 생각은 <두 가지 서로 대립되는 대상(혹은 관념)>이 합일한다는 것이다. 즉 관념론적인 입장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부엉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매우 적절한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조영일 평론가

나는 예전부터 문학평론을 자주 읽었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평론의 대상이 되는 순문학을 즐겨 읽었다는 말은 아니다. 상황은 정반대로, 판타지 소설과 SF,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을 읽으면서 동시에 잡지에 실리는 문학평론을 읽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몇 가지 이름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나는 조영일을 좋아했다.

내가 조영일을 좋아하는 이유를 몇 가지 나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는 정직하다. 최고은 작가의 사망 뒤에 사태를 책임질 생각은 없는, 젠체하는 문인들이 이런저런 말을 얹을 때, 조영일은 과감하게 “여성들은 남편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물적인 조건과 정치적 조건을 혼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사실이었다. 조영일과 트위터로 싸우던 김영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계폭했고, 그 이후로 트위터의 전면에서 활동하는 문인은 공지영, 도종환, 장강명 정도를 제외하면 없었다. (최근에 백민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예외적인 존재다)

그리고 조영일은 정확하다. 그는 추측이나, 잘 만들어진 거짓이나, 아니면 입 바른 말로 글을 쓰지 않는다. 그가 인용하는 문헌에는 정확히 조영일이 한 말이 적혀 있으며, 문헌의 논리를 따라서 구축하는 조영일의 주장이 과격할 수는 있어도(식민지 세계문학의 불가능함이나 한국 문학이 일본 문학의 표절에서 성립한다거나) 조영일이 말하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내용은 역사적 사실로 주어져 있다. 이런 점은 가라타니 고진을 닮았다. 그는 학도병 문학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기도 했는데, 만약 그의 글쓰기가 정직하지 않았더라면 박사학위를 받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영일은 인간적이다. 아마 이 문장에서 여러분은 멈칫,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트위터 프로필에 자신의 딸과 아들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다. 출판사가 망해 가는 한국의 절망적인 상황에 (속으로, 겉으로는 태연하게) 분노한다. 도서출판 b가 어음을 회수했다는 트윗을 리트윗한다. 도서 인구가 늘어났지만 질이 나쁜 소설이 나온다는 사실을 개탄한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는 운동권 후일담 문학과 이문열을 주로 읽었고 장정일에 대해서는 약간의 기대를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가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서,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인간 본성의 역설이다) 인간적인 사람은 때로 이상하게 보인다. 조영일이 비난을 받는다면 그런 면이 한 역할이 더 클 것이다.

조영일이 쓴 <세계문학의 구조>는 작년에 이와나미가 번역해서 출판했다. 일본도 출판 시장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인문서 치고는 꽤 잘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도 그의 글을, 일본어로든 아니면 한국어로든,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즈오 이시구로와 친한 무라카미 하루키도 노벨상을 탔으면 좋겠다. 그래야 방송사에서 조영일에게 인터뷰를 딸 수 있을 테니까. (양심적으로, 한국인 노벨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10년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기자들도 남는 시간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 거다)




내 어린 시절의 두유


어렸을 때 나는 어머니의 사정 때문에 모유보다는 주로 분유를 먹었고, 조금 큰 뒤에는 바로 쌀밥을 먹기 시작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밥을 먹은 뒤에 우유를 급식으로 먹기 시작했지만, 그렇게 우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에 나는 집에 돌아오면 팩에 든 두유를 먹었고, 두유의 달콤한 맛이 주는 행복에 빠졌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우유 급식은 이어졌다. 지금이야 여러 가지 유제품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메뉴의 선택권은 모 우유조합의 흰 우유밖에 없었다. (나중에 다행스럽게도, 메뉴에 딸기우유와 초코우유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흰 우유를 마셨고, 유당불내증 때문에 화장실에 가지는 않았지만 아침 시간에 우유를 받을 때면 그리 즐거운 기분이 아니었다. 특히 우유당번을 맡게 되는 날이면 초록색 플라스틱 우유 박스를 나와 한 명의 친구가 맡아야 했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8kg에 달하는 40명 분의 우유가 꽤 무거웠기 때문에 힘들어서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녔다. 그러다 종종 우유가 터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었다.

그 시절에도 두유는 나의 작은 위안이 되었다. 두유를 마시다 보면 우유를 왜 마셔야 하는지, 우유를 마시는 인간이 정상인가에 대해서 작은 의문을 품었고, 우유의 쓰임이 시리얼이나 제티를 타 먹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물론 우유에게도 나름의 변명은 있을 것이다. 자신은—비좁고 배설물의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에서 살고 있을 소에서 착유한 비린 액체는—인간의 장에서 소화될 수 있게끔 디자인된 음료수가 아니라고. 그리고 두유는, 우유와는 정반대로 인간이 일만 년 전부터 먹는 콩을 이용하였으며, 인간의 장에서 잘 소화될 수 있게끔 디자인되었다. 나는 최근에 대장의 부조화 때문에 고생했고—아마 차가운 음료수나 아침의 우유 탓이었다—그러다가 두유 생각이 나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두유를 만든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유당불내증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두유는 이제 사람들이 즐기는 음료수가 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2002년에 월드컵에 참가한 독일 출신의 골키퍼 올리버 칸이 두유를 극찬하면서 자신의 조국으로 한 박스를 배송했다고도 적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다) 두유를 데워 마시면서 나는 올해 백 살이 된 사람의 인생을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9일, 정재원 회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히 백 세를 채우고 두유의 창조자는 지상을 떠났다. 내 어린 시절에 한 줄기 작은 빛을 비춰 준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면 누구에 대해서도 글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 곳에 누가 있든지간에 우유 없는 곳으로 가셨기를 바란다.

<우리의 20세기> 감상


원제가 한국으로 수입되어 들어오면서 바뀐 예다. 원래는 20세기 여성들20th Century Women이라는 제법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한 소년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적부터 아버지 없이 엄마와 함께 살았고, 엄마가 오래된 집에 세를 놓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55세의 엄마 도로시아는 미국의 대공황 시기를 거친, 다소 보수적이지만 열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고, 뉴욕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애비는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줄리는 남자와 자주 연애한다. 영화는 이 세 여성과 도자기를 만드는 한 남자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지루하지는 않게 그려 나간다.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다. 나는 엄마가 새 남편과 결혼해서, 그로부터 생일 선물로 경비행기 이용권을 받는 장면이 가장 선명하게 뇌리에 남았다. 어릴 때부터 페미니즘을 배운 남성 화자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성은, 아니 인간은, 태어난 이상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애비와 함께 병원에 간 장면도 인상깊었다. 누군가를 위해 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그런 영화들 사이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201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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